[인터뷰] '유부녀 킬러' 한채린 “뒤에서 제 칭찬한 정준원 선배, 든든했죠”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예 한채린이 MBC 드라마 '유부녀 킬러'로 풋풋한 매력을 뽐내며 안방극장에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채린은 지난 12일 종영한 '유부녀 킬러'에서 신입 기자 구해나 역을 소화했다. 정체를 숨긴 킬러 '킹피셔' 공효진(유보니)의 남편이자 언론사 사회부 기자 정준원(권태성)의 후배로서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선배 정준원과 함께 다양한 사건을 파헤치며 진정한 기자로 성장하는 변화도 선보였다.
2024년 웹드라마 '0교시는 인싸타임'으로 데뷔해 이제 배우 3년 차가 된 한채린에게 '유부녀 킬러'는 그야말로 “배움터”가 됐다. TV에서만 보던 공효진, 정준원 등 수많은 선배와 한 자리에서 연기하며 다시금 열정을 다졌다고.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JTBC엔터뉴스 사옥에서 만난 한채린은 “극 중 구해나처럼 나도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더 공부할 게 많아지는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Q. '유부녀 킬러'를 마친 소감은?
“시간이 정말 빠르다. 오래 찍었는데. 올해 1월부터 여름까지 8개월 정도 찍었다. 추울 때부터 더울 때까지 찍어서 사계절을 다 느낀 기분이다. 정말 애틋한 마음이 든다. 그간 악역,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다가 이렇게 밝은 인물을 연기하는 게 처음이다. 열정 넘치는 구해나 캐릭터에 저를 써 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Q. 어떻게 열정적인 신입 기자 역에 캐스팅 됐나.
“발음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 역할이다 보니 시청자에게 정보를 잘 전달해야 하는데, 발음이 좋은 게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구해나와 내가 밝고, 열정 있는 모습이 닮았다. 그런 부분을 제작진분들이 잘 봐주신 거 아닌가 싶다.”![]()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Q. 구해나 역을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원작을 참고한 게 있다면?
“외적으로 신경 썼던 부분이 헤어스타일이다. 원작 속 구해나 캐릭터에서 참고한 게 한쪽으로 머리를 땋는 모습이었다. 첫 회에서 그대로 따라 해 봤다. 그런데 신입 기자다 보니까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더라. 그래서 열정 캐릭터를 살리되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땋은 머리를 올려서 묶는 올림머리 스타일로 결정했다. 구해나라는 캐릭터는 왜 기자가 되고 싶어했고, 그렇게 열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혼자 많이 생각했다. 기자 캐릭터를 위해 기사를 많이 찾아보고, 태도를 많이 고민하며 준비했다.”
Q. 주인공 공효진과는 만난 적이 있나.
“정말 아쉬운 게 킬러 '킹피셔'를 쫓기만 하고, 같은 장면에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 장소에 있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회식 날 일부러 공효진 선배님 옆자리를 사수했다. 부끄러움이 많아 말을 많이 못 걸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얘기를 쫑알쫑알했다. 아, 제주도 촬영에서 공효진 선배님이 제가 가지고 다니던 요가링에 관심을 가지셨다. 그래서 '엇, 이거 쓰세요'하면서 바로 빌려드렸다. (웃음)”
Q. 정준원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극 중 선후배 관계로 등장했는데 실제로는 어떤 선배였나.
“맞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정준원 선배와 같이 나왔다. 그렇게 따지면, 난 정준원 선배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사람이다.(웃음) 극 중 선후배 관계가 실제 그대로였다. 구해나는 엄청 밝은 캐릭터이지만, 원래의 저는 차분한 편이라서 연기를 할 때 좀 오버하는 느낌이 났다. 그래서 정준원 선배님께 '저 괜찮은가요'하며 계속 여쭤봤다. 종종 '대사 함께 맞춰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여쭤보기도 했다. 그러면 항상 대본 가져오라고 하시고, 일찍 오셔서 대사를 맞춰 주셨다. 정말 든든했다. 하루는 정준원 선배님이 제 촬영 시간에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분과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상대 스태프분이 제게 '지금 (정준원이)네 칭찬하고 있어'라고 말해줬다. 그런 식으로, 선배님은 제게 직접 '잘한다'고 말해 주시기보다는 주변에 제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 그게 정말 감사했다. 내가 잘하고 있나 의심될 때마다 힘이 됐다. 다만, 둘 다 차분한 스타일이어서 자동차에서 둘이 대기하는 장면 같은 때는 조금 어색하긴 했다. 제가 머릿속으로 한 5분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잘 지내셨어요?' 겨우 한 마디 건네고, 그러면 선배님께서 좀 있다가 '넌 연기 언제부터 시작했어?' 이런 질문을 해주시곤 했다. 밥도 정말 여러 번 사 주셨다.”
Q. 차분한 성격이라 했는데 극 중 구해나는 통통 튀는 스타일 아니냐. 그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겠다.
“맞다. 그래서 저의 텐션을 올리려고 노력했다. 평소에 운동을 좀 하면 텐션이 오르는 타입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팔 벌려 뛰기를 하거나 스쿼트 100개를 했다. 대학 입시 준비 시절부터 텐션을 올릴 때 쓰는 방법이다. 그런 식으로 나를 계속 '업'시키려 했다. 처음에는 내 연기가 좀 오바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구해나 캐릭터가 편해졌다.”![]()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Q. 구해나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구해나를 보면서 가장 닮은 게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뒤로 갈수록 열정은 그대로 있고, 경험치가 쌓이는 느낌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큰 초반 모습을 보면 나의 데뷔 직후와 비슷하다. 나 또한 그때 열정은 넘치는데 여유가 없고 딱딱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일을 해 나가는데 해나도 그랬다. 그런 과정들이 나와 비슷했다.”
Q. 이번 드라마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이렇게 많은 장면에 나온 건 처음이다. 전에는 한 시간 동안 1분 정도 나왔다. 그 1분으로 대가족이 축제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한 회에 계속 등장하니까 가족들이 가장 기뻐했다. 나도 내가 많이 나오니까 좋다. 날 이렇게 써주는 작품이 있다니, 이런 생각이 든다. 책임감이 생기는 느낌도 든다. 이전에는 분량이 없는 만큼 대본에 캐릭터 설명이 세 줄로 끝났다. 내가 상상해서 홀로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정해진 서사나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공부할 게 더 늘어나고 입체적으로 표현할 기회가 많아 행복했다.”
Q.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가족은 부모님과 2살 차이 오빠, 8살 차이 남동생이 있다. 엄마가 8남매셔서 기사가 나오면 온 가족들이 나보다 더 먼저 안다. 최근에도 갑자기 제가 삼척시 출신이라는 가짜뉴스가 떴는데 가족들이 먼저 '이런 말이 왜 돌아다니냐'는 식으로 걱정했다. 참고로, 저는 서울 출신이고 지금은 고양시에 살고 있으며 일반 고등학교 출신이다.(웃음) 드라마 출연 분량도 나보다 가족들이 더 많이 안다. 오빠나 동생한테는 주변에 내가 배우라고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 시켰다. 동생은 가끔 '나 행인으로 출연하면 안 돼?' 같은 농담을 하거나, '누나 그럼 이번엔 누구랑 찍어?'라며 어떤 연예인을 만나는지 궁금해한다. 얼마 전에 이상이 선배님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동생 부탁을 받고 대본에 선배님 사인을 받아서 줬다.”![]()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Q. 언제, 어떻게 연기를 하기 시작했나.
“연기는 제대로 시작한 건 고3 입시 준비하면서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사를 따라 하거나, 홀로 거울 보면서 연기를 연습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한 연기아카데미 체험이 열린 적이 있었다. 신청해서 갔더니 다 고등학교 학생에 성인이고, 제가 막내였다. 그런데 그중에서 1등을 했다. 그때 '나 재능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부모님께선 지나가는 바람일 거라 생각하셨다. 그래서 부모님께 보여주고 싶어 비록 한 과목이지만, 전교 1등도 할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넘어갈 때까지 배우를 꿈꾸는 나를 보며 부모님께서 그때 허락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처음 연기하고 싶었던 그 어릴 적부터 연기했다면 번아웃이 왔을 것도 같다. 오히려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돼 감사하다.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본 적은 있다. 나는 기억이 안 나지만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뒤 부모님이랑 중학교 때 한 소속사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은 적은 있다고 하더라. 부모님께서는 처음엔 걱정했지만, 지금은 정말 좋아하신다. 집에서 호칭이 '우리 연예인'이 됐다. 친구분들한테도 엄청 자랑하신다. '유부녀 킬러'가 내 첫 지상파 드라마라서 더욱 뿌듯했다. 이게 효도인가 싶고.(웃음) 내 끼는 엄마와 아빠를 고루 닮은 것 같다.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이신데, 피아노를 치거나 구연동화를 하고, 무용도 하셨다. 아버지께는 공연 음향감독 출신이신데, 음악을 전공하고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Q. 데뷔한 지 2년이 됐는데 '세이렌', '미지의 서울' 등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다.
“생각보다 그 2년이 빨리 지나갔다. 한세대 뮤지컬학과를 다녔는데 현장에 빨리 가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데뷔작인 '0교시 인싸타임'도 소속사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그 후에 쉬지 않고 일하게 됐다. 오디션을 수없이 봤고, 계속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져 봐서 내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더욱 깨달았다. 그렇다고 좌절을 한 적은 없다. 모든 오디션의 목표가 붙는 게 아니라 제작진이 나를 기억해서 다음에 날 찾게끔 만드는 거였다. 이번에 한 분이라도 날 좋게 봐준다면 언젠가 나를 찾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디션에 다녔다. 요즘에는 정말로 오디션장에서 날 인상 깊게 본 관계자분이 기억해주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러니 좌절할 시간이 없다.(웃음)”![]()
배우 한채린.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Q. '유부녀 킬러'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서 좋았다. 내 안의 에너지틱한 모습과 밝음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그만큼 구해나에게 받은 에너지도 컸다. 그동안 조용한 캐릭터를 하면서 영향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해나를 하면서 나도 정말 많이 밝아져서 너무 고마웠다.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는 엉뚱하고 코믹한 매력을 가진 인물을 만났으면 좋겠다. 꼭 하고 싶은 장르는 시대극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평소에도 시대극에 더 몰입하는 편이다. 그 시대에만 입을 수 있는 옷이나 대사를 해보고 싶다. '미스터 션샤인' 속 김민정 선배님이 연기한 쿠도 히나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Q.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초심을 잃지 않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심과 감사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넓게 보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 어떤 말보다 좋은 말이라 생각한다. '저 배우가 해? 그럼 인정' 이런 말을 들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