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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11
작성일
2022.07.07
수정일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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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

[아시아타임즈] [유영재 칼럼] 공감

음악에 전율한 경험이 있는가? 음악으로 감동을 전한 경험이 있는가?

 

다른 이의 감정과 나의 감정이 같다고 느낄 때 감동이 된다. 감동을 통해 남녀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공감을 확인하며 한편이 되어 같이 공감할 수 없는 편과 전쟁을 하기 까지 한다. 이렇게 공감을 전달하고, 찾고, 확인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어린아이의 기뻐 까르르 웃는 소리와 어설프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그 부모에게 주는 기쁨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대단한 것이다.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부모의 더 큰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재롱을 더 개발한다.

 

예술가들도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찾아내어 갈고 닦아 최고의 걸작을 만들어 낼 것이다. 반면에 예술 애호가들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감탄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오감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듣게 되는 'born musician', 즉 '타고난 예술가'라는 호칭은 모든 고생을 감수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다. 비교적 큰 수고를 하지 않으면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는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타고난 재능과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만들어낸 실력이 적시의 기회에 발휘될 때 우리는 우리시대의 천재를 경험하게 된다.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다양한 음색과 음량의 음들이 시간적 결합에 의해 무수히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감상자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느낌을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그 음과 음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진 감정표현들을 예술가와 공유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감상을 위해서도 연구하고 조사하여 바로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아는 만큼 들린다.'라는 말을 참 쉽게 이야기한다. 사실 아주 심각하고 정확한 말이다. 다시 말하면 '모르면 안 들린다.'이다. 옆 사람이 박수 칠 때 영문도 모르는 채 같이 칠 수밖에 없게 된다.

 

공감. 같은 음정을 내는 소리굽쇠는 한쪽이 울리면 옆에서 같이 공진한다. 공감이란 그런 느낌이다. 마음이 공진하는 것.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저 멀리 무대 위의 연주자의 가슴과 객석 한구석의 내 가슴이 공진한다. 가히 환상적인 일이다. 지구 반대편 Texas에서 연주경연에 참가한 더벅머리 청소년의 뜨거운 연주를 그 현장의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반대편 한반도의 어느 아파트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니.

 

이 시간 나는 60년 전 문화예술의 불모지 미국에서 유럽의 수준 높은 예술문화를 부러워하며 탄생하게 된 Van Cliburn Piano Competition의 새 역사를 쓰게 만든 18세 소년의 연주영상을 흥분된 마음으로 반복적으로 듣고 있다. 피아노 연주 감상은 다른 악기 연주와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피아노음악은 모든 음의 음색이 동일한 즉 한 가지 음색으로 이루어진 음악이다. 이는 음악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음악 감상이라 할 수 있다. 기타 독주, 오르간, 피아노 연주, 현악앙상블 등의 작품이 그렇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레퍼토리가 방대하며 대부분의 유명 작곡가들이 모두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가장 많은 것이 피아노독주 분야이다.

 

이렇게 음악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음악 감상에서 감동을 얻기란 좀처럼 힘들다. 이런 감동이 내 휴대폰을 통해, 더욱이 18세 소년의 연주를 통해 일어났다는 일이 믿기 힘들다. 돼지가 위를 꽉 채우지 않듯이, 거대한 오디오시스템들이 최대 능력의 아주 일부분만을 사용하여 여유 있고 편안한 소리를 만들듯이, 피아노 연주도 과한 힘자랑을 하며 큰 소리를 때리면 연주가 아니고 시끄럽고 추한 소음이 된다. 그런데 이 18세 소년의 연주에서는 모든 것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마치 중세의 Troubadour를 보듯이, 미소년의 건강미에 귀호강을 하고 있다. 그 천재소년의 폭발하는 듯 넘치는 파워는 Passion이었으며 그의 불같은 템포는 야생마의 거친 숨소리같은 힘찬 에너지였다. 이 모든 예외적인 연주에 놀랍게 공감하며 가슴이 공진함을 확인하니 나에게 여지껏 없던 새로운 음악 폴더를 생성하는 놀라운 기쁨이 되었다.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s://www.asiatime.co.kr)

 

[원본링크] -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207055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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