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21884
작성일
2022.09.15
수정일
2022.09.15
작성자
총관리자
조회수
2008

[한겨레] 박선영 교수 "촉법소년"에 대한 기고문

 

[왜냐면] 박선영 |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재 13살에서 11~12살로 낮출 계획이다. 이는 초등학교 5~6학년도 죄질에 따라 소년교도소에 구금되고 전과기록이 남는다는 얘기다. 이런 중대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와 오해가 난무해, ‘증거기반 정책 수립’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갈 우려가 크다.

우선 소년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소년법은 형법에서 규정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법 위반자가 미성년자일 때, 그들을 어떻게 처벌(처우)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특별법이다. 전세계 모든 나라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의 변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소년에 대한 처벌과 함께 지원과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년법은 10살 이상~19살 미만을 “소년”으로 정의하고, 이를 세분화해 10~13살은 촉법소년, 14~18살은 범죄소년으로 규정한다. 촉법소년은 사회봉사명령을 제외하면 범죄소년과 동일하게 보호관찰은 물론, 자유를 박탈한 구금형인 소년원(최대 2년) 처분 등을 받는다. 따라서 촉법소년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일부 인식, 언론의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처벌 수위와 관련해서도 오해가 많다. 지난 수년간 소년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촉법소년(범죄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는데, 그때마다 각국의 형법에 명시한 형사책임 나이대를 종합한 표가 수없이 인용됐다. 이 표를 처음 제시한 보고서와 학자들은 해당 표를 해석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명백히 기술했지만, 잘못된 해석과 오해가 확대·재생산됐다. 외국은 형법의 형사책임연령과 소년법의 대상이 되는 “소년”의 연령 기준이 일치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는 형법과 소년법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 형법상 형사책임연령은 12살이며, 소년법상 소년은 12살 이상 18살 미만으로 규정하고 14살부터는 죄질이 중한 경우 형사처분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은 형법의 형사책임연령은 14살이지만, 소년법의 소년은 10살 이상 19살 미만이며 14살부터는 죄질이 중한 경우 형사처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14살 미만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형법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소년법에서는 처벌(처분) 대상이다. 결국 형법(형사책임연령)과 소년법(소년의 범위)의 불일치로 인한 혼동과 오해가, 처벌할 수 없는 소년범 범위가 넓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왔다. 10살부터 보호처분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선진국들보다 처벌 범위가 넓으면서도 말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는 증거기반 정책 수립에 입각해 우리나라와 반대로 ‘소년’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법상 형사책임연령 하한선을 14살로 유지하고 12살 이하로는 낮추면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는 소년범 강력처벌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재범이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는 연구결과(증거)를 토대로 형사처분과 형사책임연령을 상향 조정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도 형사책임연령을 기존 10살에서 12살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비행을 저지른 아동·청소년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비행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실증자료를 토대로 한 증거기반 정책 수립이 필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 첫발은 우리나라 소년범·촉법소년 제도 등에 관한 선입견과 오해를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겨레 오피니언 박선영.pdf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51427.html) 발췌

첨부파일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