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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47
작성일
2022.10.06
수정일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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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

[아시아타임즈][유영재 칼럼] 운명


 

역사적인 걸작 작품 중에는 5번 작품이 꽤 있다.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등 협주곡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베토벤의 일명'봄'이라고 불리는 바이올린 소나타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4~6번 중에도 제5번이 마치 제6번 비창 교향곡을 이해하기 위하여 거쳐야 할 필수 작품같이 버티고 있다. 대형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중 말러의 교향곡들은 모두 유명하지만 그 중 5번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악장은 현악과 하프만으로 편성된 잔잔한 물결소리같이 아름다운 4악장 Adagietto라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이처럼 수만은 제5번 작품 중에는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과 함께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빼놓을 수가 없다.

 

베토벤 자신은 이 작품이 '운명'이라 불릴 운명이었음을 알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그 부제인 '운명'이 교향곡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더욱 높이었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바와 같이 '운명'이라는 부제는 1악장을 여는 네 음으로 이루어진 모티브를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고 상상한데서 시작된 듯하다. 그렇게 자의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방법으로 베토벤이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보통 이런 위대한 작곡가들은 이토록 거대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할 때 전체적인 구조를 이미 확정했을 것 같다. 제1악장도 규모와 길이를 보면 도입부에서 마음의 준비할 시간을 주고 느긋이 장거리 여행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베토벤은 '오늘 요리의 재료'만을 제시한다. 요리의 준비물. 그 준비물은 네개의 음이다. 그 네개의 음으로 베토벤은 10분 가까이의 대곡을 요리해낸다.

 

이 천재 작곡가는 내면이 용광로같이 살아 움직이는 불길로 가득 차있다. 그가 잔잔할 때는 다시 타오르는 불길을 만들어내기 위함일 뿐이다. 이런 격정을 유감없이 표현한 이 교향곡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작품으로 꼽는데 조금도 망설일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시작과 함께 모티브가 알려지지만, 1악장이 진행되면 어느덧 '파파파팜~'하는 비교적 아름답지 않은 저 모티브의 느낌은 숨겨지고 매혹적인 선율들의 꿈틀거림과 변신한 모티브의 변화무쌍한 격정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격정. 베토벤의 수많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정렬보다는 분노나 고뇌의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든 흥분과 격노는 어느 순간에 시야가 탁 트인 끝없는 평원을 높은 곳에서 보는 듯 한 완벽한 해소를 제공한다. 이러한 격정과 해소는 4악장을 통해서 잘 나타난다. 음악을 통한 감정표현에 탁월한 이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 '에그몬트 서곡'에서 보여준 이 세상의 모든 절정의 순간을 합한 듯 한 해소를 보여준다. 브람스도 1번 교향곡 마지막 악장을 통해 베토벤의 감정표현방법을 답습해본 듯하다.

 

베토벤이 보여준 마지막 악장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마음은 악기 편성에서도 나온다. 그가 마지막 악장에 비밀병기인 트럼본을 내세운 것이다. 전통과 관습이 중요한 시대에 살았던 그가 아무도 교향곡에서 트럼본을 사용하지 않았던 전통을 깨고 마지막 순간에 깜짝 등장을 시도한 것이다. 이 트럼본 주자들은 얼마나 긴장이 컸을까. 앞부분 약 30분을 의자에 앉아서 악기를 감싸고 기다려야했다. 그 시기까지는 트럼본이 주로 노래 소리를 따라서 같이 불어주는, 소극적인 역할을 주로 했었다. 그랬던 그 악기를 베토벤이 클라이막스를 맞겨 환희의 주인공으로 세워준 것이다.

 

운명교향곡의 매력은 듣는 이에 따라 무척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곡을 감상하는 기본법은 전 악장을 한 번에 듣는 것이다. 1악장이 끝나면 2악장의 우아한 멜로디가 귓가에 맴돌아야 한다. 또한 앙상블 잘하기가 아주 어려운 3악장을 궁금해 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의 귀결이자 해결인 4악장을 질풍노도 같은 마음으로 같이 달려가야 한다.

 

 

출처 : 아시아타임즈(https://www.asiatime.co.kr)

 

 

[원본링크] -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210045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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