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청년 인구 21만 6천여 명이 고립·은둔 상태에 있을 것으로 추정,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만 1인당 2천200만 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청년들의 고립·은둔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나 사적인 문제로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와 관련, 중부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년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지원 사업에 선정된 ‘고립은둔청년 신체활동기반 지속성장 지원사업, 모멘텀’을 지난 5월부터 추진해 왔다. 지난 25일 본보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그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그동안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편집자주-
본보 강소하 경제부장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신체활동 기반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된 뜻깊은 자리였다.
단순 상담 위주의 접근을 넘어, 러닝 모임이나 자전거 여행 등 몸을 움직이고 함께 땀을 흘리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특별한 통로가 됐다는 부분에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작은 한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년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 회복까지 확장,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자활지원을 통해 실제 탈고립·탈은둔으로 이어지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 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와 안정적인 인력 운영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먼저, 김재훈 경기도의원(국민의힘·안양4)은 경기도가 ‘청소년·청년 고립·은둔 지원 조례’를 통해 만 19세부터 39세까지를 포괄하는 근거를 마련했고, 중장년 지원 조례 개정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2024년 기준 도내 청년 인구 약 367만 명 가운데 5.9%에 해당하는 21만 6천여 명 가량이 고립·은둔에 처해 있고, 파악하지 못한 인원까지 더하면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에게 들어가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1인당 2천200만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고, 그렇다면 결국 4조 6천억 원이 드는 셈”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어,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주민참여 예산 5억 원으로 200명에 대한 지원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도 예산을 증액해 500명을 지원했지만 재고립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는 예산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평했다.
그는 “문제는 청년들의 고립 재진입”이라면서 “사업이 예산 연도에 맞춰 끊기다 보니, 청년들이 프로그램을 마친 후 다시 고립 상태로 돌아가거나 지원 체계 밖으로 완전히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담기구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전담 기구 설치를 통해 사업이 끊이지 않고, 이분들의 자조 모임이나 가족 지원, 일 경험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종 목적은 물론 일자리 창출이 되겠지만, 그냥 일이라는 걸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이들에겐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토론회를 통해 신체 활동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느꼈다”면서 “신체활동을 통한 자활지원 프로그램이 경기도 예산에 수반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더 도민들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이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고 소감을 표했다.
홍숙영 교수(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는 “중부일보가 사회적협동조합인 ‘일하는학교’와 함께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사업으로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 건 참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고립·은둔이라고 하면 보통 정신적·심리적인 문제만 떠올리게 되는데, 집안에만 있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건 매우 긍정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크게 주목하지 않거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고립·은둔의 문제를 기획보도를 통해 사회적 아젠다로 만든 중부일보에도 언론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심각성은 청년의 문제가 8050의 문제로 나가는 일본 사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80대 노부모가 50대 중장년의 자녀를 돌보는, 이들이 부모의 연금으로 생활하는 것이 그것”이라며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 이제 정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고립·은둔 청년들이 가장 힘든 건 역시나 관계 형성”이라며 “상담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적어도 관계 형성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와 연락을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태 차장(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차장)은 지난해 3월부터 만 9~24세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 차장은 “이 사업이 가장 좋기도 하고 다른 기관에서 부러워했던 건, 인건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해 줬다는 것”이라며 상담센터에서 16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유인 즉, 덕분에 8년 차 이상 되는 경력자를 뽑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우리 센터도 주가 상담 지원으로, 인력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없었다면 집으로 방문하는 일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1년을 넘게 운영하며 현재까지 84명 정도를 발굴했는데, 아직 얼굴을 못 본 친구도 있지만 그래도 탈고립·탈은둔 시킨 아이들이 14명 정도”라고 뿌듯해했다.
특히, 제주도에서 진행한 활동 지원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 중부일보와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공감을 표했다. 김 차장은 “지난 4월 7명을 데리고 3일 동안 제주도에 가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40km를 걸었다. 처음엔 이게 과연 될까 의구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헤어지는데 우는 친구도 있어 가슴이 아팠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전담 기구의 필요성과 더불어 관계를 형성한 이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고정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 입장에선 기껏 친해진 선생님들이 떠나게 되는 일이 되고, 담당자 입장에선 다시 아이랑 관계를 형성해야 되니까 모두가 힘든 일”이라며 “고립·은둔 사업에 있어 지속성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정현 일하는학교 이사장에게 “제일 중요한 건 아마도 취업일 텐데,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고립·은둔 청년들은 진로 탐색이나 취업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뭔가 과업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견디는 과정을 힘들어한다”며 “1, 2, 3단계를 만들어서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하다 싶을 때부터 취업 준비를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백단비 담당(일하는학교 고립청년지원사업)은 ‘모멘텀’ 신체활동 프로그램은 ‘몸’으로 하는 수다방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6년차 활동가지만, 청년들과 관계를 깊게 만들어 가는건 늘 어렵다. 그런데 자전거를 함께 타고 땀을 흘리니 서로 사이의 장벽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꼈다”며 “특히, 제주도 자전거여행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했던 청년들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모두가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는 걸 느꼈다’고 했을때 청년들이 크게 성장하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거창한 말 대신, ‘함께 달리자’는 그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면서 “청년들의 마음 근육들이 자라나는 걸, 계속 옆에서 지켜봐 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토론회의 공통 키워드는 관계 형성과 단계적 성장, 신체활동 기반 프로그램, 전담기구 설치와 안정적인 인력 구성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고립·은둔 청년·청소년의 특성상 ‘오래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람’이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행정과 예산의 지속성 보장이 핵심으로 손꼽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