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굿뉴스] 양예은 기자 = "공식 발표합니다. '엄미새'입니다. 저는 엄마가 너무 좋아요."
최근 걸그룹 아일릿 멤버 원희가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자신을 '엄미새'라고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엄미새는 엄마에게 미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정서적으로 깊이 의지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스스로를 엄미새라고 부르는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는 '엄마와 데이트', '엄마와 쇼핑' 등 엄마와 보내는 일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도 '#엄미새' 게시물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의 댓글창에서는 "엄마를 동결건조하고 싶어요", "그냥 나는 엄미새가 내 직업이면 좋겠음", "엄마 보고 싶은데 어떡해", "엄마가 최애다"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청년 세대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로 해석된다. 청년들이 새로운 관계에서 상처받거나 거절당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족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층은 넓은 인간관계보다 소수의 친밀한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인간관계 인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94%는 '다수와 깊지 않은 관계'보다 '소수와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6%는 소수와의 깊은 관계를 '매우 선호한다'고 응답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대학생 이모(22) 씨는 "엄마와 쇼핑도 가고 카페도 간다. 친구보다 엄마가 더 편할 때가 많다"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 청년 세대 전반에 퍼진 불안 심리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문경 한세대학교대학원 상담학과 교수는 "엄마는 실패하거나 거부당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관계"라며 "관계 속에서 상처받거나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가족이 일종의 도피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와 상처를 피하려는 심리가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청년들이 가족에게 깊이 의지하는 현상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 결과가 아니라, 안정감과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관계를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면서 "청년들이 가족에게 의지하는 것 역시 관계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갈망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청년들에게 안전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공동체가 될 때 이런 관계에 대한 갈망을 건강하게 채워줄 수 있다"며 "청년들이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공감과 위로를 교회 안에서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