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행복하다!
“연주자로 살 줄 알았는데…”
달크로즈 교수법 만나 전환
지역사회와 함께 음악 즐겨
신체·정신적 건강 향상에 도움
음악은 기억을 소환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한다. 서울 종로 ‘피카디리’ 극장을 떠올리면, 영화 ‘접속’의 주인공이었던 한석규와 전도연이 만나는 마지막 장면과 사라 본이 부른 ‘A Lover's Concerto’의 선율이 동시에 스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사라 본의 경쾌한 노래가 영화관에 울려 퍼지지 않았다면 그 영화가 우리의 머릿속에 특별하게 저장되지 않았겠지요.”
한세대학교(경기 군포 소재) 예술대학원 피아노 교수학 전공 교수이자 한세달크로즈센터장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유승지의 말이다.
시카고에 울려 퍼진 ‘군밤 스윙’
유승지 교수는 지난달 세상에 나온 교재 ‘피아노로 배우는 영화 OST 1’을 들어 보이며 “피아노를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새로운 도전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접속’ 등 국내외 영화 8편의 클래식 명곡을 시대별로 실었다. 피아노 독주와 듀엣 악보가 수록됐으며, QR코드로 모든 수록곡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올봄 한세대에서는 50세부터 69세 사이 중장년들의 평생학습을 돕는 ‘군포 베이비부머 행복 캠퍼스’를 열었습니다. 군포시의 지원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교재와 동일한 제목의 과정이 개설됐지요. 익숙한 곡을 연주하고 싶은 수강생들은 15대의 디지털 피아노가 있는 교실 안에서 달크로즈 음악 게임 등을 하며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오늘 28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그림이 있는 피아노 이야 기’ 연주회 포스터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행복 캠퍼스 수강생들은 모든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연주회를 열었다고 한다.
‘피아노로 배우는 영화 OST 1’은 ‘시대별 콩쿠르 선곡집 콩쿠르 마스터 1, 2, 3’ ‘한국민요 피아노 연주곡집 1’에 이은 ‘한세피아노페다고지연구회’의 세 번째 출판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 ‘한국민요 피아노 연주곡집 1’에 수록된 ‘문지키 토카타’와 ‘군밤 스윙’ 등 네 작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미국 시카고 세종음악경연대회 ‘초등부 지정곡’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 대학원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초등 교과서에 수록된 민요와 전래 동요를 기반으로 피아노 독주곡 9곡 작곡과 함께 듀엣 편곡을 완성해 실었습니다.”
유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달크로즈 교수법을 통한 음악 경험이 확산된다면 청각과 시각, 촉각 등을 자극함으로써 신체 및 정신적 건강 향상과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악보에 숨은 비밀들이 보이다
피아노 전공으로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피아노 연주와 페다고지로 박사학위를 받은 유 교수는 줄리어드 음악학교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달크로즈 교수법을 전문적으로 공부, 달크로즈국제공인자격증(Certificate/License)을 획득했다.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예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예원학교에 들어갔지요. 서른에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연주자로 살 줄 알았는데, 달크로즈를 만나면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하하하.”
달크로즈 교수법은 스위스의 작곡가이자 교육자인 에밀 자크 달크로즈에 의해 만들어진 독특한 융합형 음악 교육법이다.
“달크로즈 교수법에서는 모든 활동이 음악적인 소리를 식별해 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듣기 능력의 계발과 음악을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신체 활동을 통해 연주 시 효과적으로 몸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 계발에 초점을 맞춰서 이뤄집니다.”
한세피아노페다고지연구회의 출판 프로젝트 결과물들
유 교수는 “처음 줄리어드 수업에서 ‘방금 들은 소리를 몸으로 표현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너무 당황했다”면서 “변하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예술계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내가 예원학교 다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과 반복 연습으로 인해 전체 음악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즐기지도 못하고, 스스로 간단한 선율조차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어느 이탈리아 음악가의 말이 있다. 한국 학생에게 두 번 놀라는데 처음엔 너무 잘해서, 이후엔 너무 못해서란다. 반복 연습한 곡은 잘하는데, 새로운 곡을 연주할 때 기대한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라고 돌아봤다.
유승지 교수는 “들리는 소리를 보이는 소리로 경험하는 달크로즈 교수법을 접하고, 악보에 있는 비밀들이 너무 잘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연주자로서, 교사로서의 태도가 바뀌면서 삶도 풍성해졌다”고 돌이켰다.
스위스 달크로즈인스티튜트의 승인 아래 한국에서 유일하게 달크로즈국제공인자격증을 수여하는 기관인 한세달크로즈센터에서 일반인 대상 수업도 진행하는 유 교수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연주하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면서 환한 웃음을 보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한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음악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노래(동요 등)와 피아노곡을 창작해 온 유승지 교수. 서울예고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유종희 한세대 교수와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진행해 온 듀오 연주회를 통해 연주자로서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출처 : 농촌여성신문(https://www.rw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