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번호
- 25347
- 작성일
- 2024.07.17
- 수정일
- 2024.07.17
- 작성자
- 한세비전마스터
- 조회수
- 201
[인터뷰…공감] 뮤지컬 배우이자 한세대 교수 병행… 데뷔 16년차 '카이'
"허구인 쇼에서 진짜 연기 찾는 일, 비우는 데서 시작"
'프랑켄슈타인' 세 시즌째 참여
경험한 모든 것 가감없이 전달
후배들 성공 확률 높여주고 파
공연예술학과 교수직 받아들여
"사실 매체 인터뷰가 좀 어렵습니다."
뮤지컬, 연극, 콘서트, 대학 강의까지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카이'. 데뷔 이후 어느덧 16년, 그동안 적잖이 해왔을 인터뷰가 '어렵다'는 말을 서두에 꺼내자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이'라는 사람은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을 던지고 그것들을 사유하고, 그 안에서 방법을 깨닫고,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를 늘 생각해왔다고 한다.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사람들이 힘들어하거나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오히려 좋아!'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들에서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카이가 말한 '깊이'는 곧 그가 배우이자 교육자로서 걸어가는 길과도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성악 전공 후 '크로스 오버' 도전
자신 둘러싼 선입견 깨기 '난제'
지금은 맡은 배역 의식흐름 좇아
'나만의 방식'으로 캐릭터 구축
배우로서 보낸 지난 16년은 많은 사람이 그렇듯 칭찬하고 싶은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뒤로 한 카이는 앞으로 '나는 어떤 마음가짐과 형태로 무대 예술 활동을 이어나가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성악을 전공했던 그가 뮤지컬을 시작했을 당시를 더듬어 보면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와 크로스 오버라는 장르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런 미지의 어딘가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성악 발성, 똑똑할 것 같고 영어를 술술 내뱉을 것 같은 이미지,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는 도련님…. 그는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선입견을 깨는 것이 가장 '난제'였다고 떠올렸다.
카이는 "무관심보다 감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역량에 대해 폭넓게 바라보기보다 어떤 프레임 안에서 비교하려는 것을 깨부수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그 선입견을 얼마나 깨뜨렸을까.
카이는 "프레임이라고 말한 것에는 사실인 부분도 있다. 잘못돼서 고쳐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그런 것을 대중들에게 설득시키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의 그는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다양한 배역을 맡아 매 무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카이는 무대를 준비하는 방향성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회가 주어지기 쉽지 않고, 씌워진 프레임을 벗어나고 싶은 의지 때문에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무대 위 연기나 노래, 의식과 사상들도 독기로 버텼다"며 "지금은 연륜이라고 봐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의식적인 행위보다도 감각적인 부분에 많이 집중한다"고 말했다.
나 스스로를 한 명의 캐릭터로 믿어 의심치 않는 훈련들, 그 순간 느껴지는 온전한 마음을 실어나르며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는 것, 가장 절제되지만 가장 큰 연기를 펼치고 있는 부분에 대한 믿음. 이것이 카이가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 방식이다.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역시 세 시즌 째 참여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오히려 많은 것을 덜어냈다. 대신 상대가 하는 노래나 연기, 대사를 잘 경청한다. 그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상대역이 4명인데, 상대가 달라질 때마다 연기도 많이 달라진다"며 "상대가 갖는 감정에 따라 저 역시 변화되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카이는 올해 초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뮤지컬 전공 전임교수가 됐다. 교수직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에는 '누구 하나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는 자신의 경험이 있었다. 후배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실패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전달하고, 그렇게 경우의 수를 줄여가며 훌륭한 배우로 다가서는 확률을 높여주고 싶었다.
그는 "성악을 전공하고 뮤지컬을 시작했을 때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런 것을 지도해줄 만한 사람과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염세적이었죠"란 대답에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모습을 상상했지만, MT 자리에서 사회를 보고 친구들을 아우르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곧잘 한 '서울대 신동엽'이었다는 이야기에 슬쩍 웃음이 났다.
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좌절된 유학과 크게 다친 목,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세상에 대한 반항심도 커졌다. 이때 스승인 테너 박인수 교수와 그의 부인이자 소프라노 안희복 교수에게서 노래를 배웠다. 특히 한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안 교수의 방을 오가며 노래를 불렀고, 이 추억은 카이가 '한세대와 인연'을 떠올린 이유가 됐다.
카이는 무대 위에서 어떤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희열보다는, 허구이지만 사실이기도 한 극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사람과 사건을 이해하는 과정은 지극히 이성이라는 감정 안에서 진실된 현상을 인지하려는 노력이지, 느껴지지 않는 감정을 의식적으로 표출하는 순간 가짜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수업에도 녹아 있다.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라'고 가르치는 것은 비워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존재로 무대에 서라고 강조한다. 시간은 좀 더 들더라도 연기나 노래에서 '올드머니'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틀린 건 없다. 그러나 가짜는 틀린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견고해 보였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하고 그 모습에 실망한 자신과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카이 역시 "늘 두렵고 떨린다.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매일 흔들린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 잠깐 빛났다 퇴장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늘 다짐한다"며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걸은 길만큼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씨를 뿌리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 크게 거두는 때가 오지 않겠느냐"는 진심을 전했다.
'프랑켄슈타인'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남아있는 해외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과 함께 최근 발표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밸' 역으로 캐스팅돼 연습에 들어갔다. 빈틈없는 스케줄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시작이 끝'이라고 표현한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에게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었다. "하나의 쇼이자 허구인 장르에서 진짜를 찾는다는 게 말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 진실을 찾아 나서기에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글/구민주·강기정기자 kumj@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제공 : 대외협력처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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